넘어야 할 담도
넘고 싶은 담도 없다
담이 없으니 문도 없고
개구멍도 없다
담도, 문도, 개구멍도 없으니
들 일 날 일 없어
몸도 없는 듯
땅바닥에 빗긴 금이나 (어떻게 되나 보려고)
넘어본다, 고 하지만
쿵! 아구리를 한껏 벌린 스레기통에도 떨어지고
고가도로 밑 복개천에도 떨어지고
저무는 한강 물에도 떨어지고
장난감 기찻길에도 떨어지고
(좀 복이 있다면,
현재 습도 사십칠 퍼센트
낮 최고기온 이십오 도 오 부인 날
벚꽃 밑에도 떨어지고)
위조한 공문서에도 떨어지고
엿본 사문서에도 떨어지고
듣고 싶지 않은 의무 조항에도 떨어지고
애걸복걸에도 떨어지고
죽어라 도망가는 고양이 위에도 떨어지고
발랄한 멧돼지 위에도 떨어지고
눈 덮인 기타 등등 외로운 etc. 에도 떨어지고.
/황인숙/리스본행 야간열차/spl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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