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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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단단한 독서 by 편린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자기를 저 자신과 비교하기 위하여 다시 읽는다. 특정 나이에 접어들면 우리는 '내가 젊어서 푹 빠졌던 그 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매우 자주 자신에게 묻곤 한다. 예전에 갔던 장소, 예전에 사귀었던 친구들,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 이것들을 다시 보는 것은 이른바 몰락의 열정이다. 그런데 이것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과 비교하는 행위다. 우리는 우리가 여전히 예전만큼 느낄 수 있는지, 예전과 변함없는지를 확인한다.

경험이 주는 효과가 언제나 매우 위안을 주거나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봤던 아름다운 장소는 이제 평범하게 보이며, 그것은 누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었다. 오래된 친구들은 조금 따분해 보인다. 아름다운 책들도 조금은 그 색이 바랜 것 같다. 오래된 친구들이 따분해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변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소나 책은 그럴 수 없으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토록 감탄해 마지않았는데! 내 정신이 어디를 향하였던가? 이럴 수가! 내 정신은 지금도 그곳을 향하고 있지만 그때의 감각과 상상이 더욱 좋았구나." /p234

따라서 우리는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자기 자신과 비교하며 부침(浮沈)을 기록한다. 자기 감각에서는 침몰일 수 있겠다. 그러나 득실로 따져 볼 때 우리의 종합적, 비판적 지성에서는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적, 정신적 차원에서 우리 인생의 굴곡을 그려 본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어떤 작가를 다시 읽든지 간에, 더 많이 느끼든 더 적게 느끼든, 더 잘 이해하든 매우 잘 이해하든 심지어 덜 이해하든, 그 모든 것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일부며 그 원인 또한 우리의 삶에 있다. 따라서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간다는 것이다.

독서에서 받은 인상들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소재로 한 자서전을 매우 잘 쓸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때 그 책의 제목은 재독(再讀)이라 붙일 수 있겠다. 재독은 자신의 기억을 읽는 행위로, 굳이 그 기억을 글로 쓰는 노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매우 큰 장점이리라. /p238-239

 /단단한 독서/거듭하여 읽기/에밀 파게/최성웅/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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