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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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남긴 이야기 by 편린


빚이나 세금 및 범칙금은 말할 나위도 없고
지식이나 관습이나 예의도 모조리 잊어버리고
마른 북어의 지느러미처럼
바스러져야지
수많은 외국어 단어나 까다로운 법조문
그럴듯한 잠언이나 경구
치솟은 국제 유가와 인상된 택시요금 따위를
기억해서 무엇 하랴
등기권리증이나 유서는 물론
냄새조차 남기지 말고
살았던 흔적 모두 지우고
소리 없이 죽어 있는 노린재처럼
아무도 모르는 주검으로
버려져야지
남김없이 까맣게
잊혀져버린 다음에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남을 테지만

 /시간의 부드러운 손/남긴 이야기/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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