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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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땅거미 내릴 무렵 by 편린


짙푸른 여름 숲이 깊어갑니다
텃새들의 저녁 인사도 뜸해지고
골목의 가로등 하나 둘 켜질 때
모기들 날아드는 마당 한구석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밀려오는 어둠에 잠깁니다
어둠이 스며들며 조금씩
온몸으로 퍼져가는 아픔과 회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지긋이 견딥니다 남은 생애를
헤아리는 것 또한 나에게 주어진
몫이려니 나의 육신이
누리는 마지막 행복이려니
그저 이렇게 미루어 짐작하고
땅거미 내릴 무렵
마당 한구석에 나를 앉혀 둡니다
차츰 환해지는 어둠 속에서
한 점 검은 물체로 내가
멀어져 갈 때까지

 /시간의 부드러운 손/땅꺼미 내릴 무렵/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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