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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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바다와 노인들 by 편린


 바닷가 외딴 마을의 길가 벤치에 노인 세 사람이 앉아
서 무료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어부 출신으로 보인
다. 소주를 마시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들은 서
로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바닷가를 거닐며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관광객이
나, 롤러스케이트를 배우는 동네 아이들만 가끔 쳐다볼
뿐이다.

 해풍에 깃을 씻은 까치들이 길가의 목책 난간에 내려
앉아 바다와 노인들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사람이 지나
가면 소나무 가지로 올라앉는다.
 인생의 남은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 들리고, 그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담배와 술에 찌든 이 노인들 틈에 끼어 앉아, 나도 외
지에서 온 친구가 지나가는 것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싶
어진다. 나 같으면, 행인보다는 바다를 더 오래 바라볼
것이다.

 그래도 될까. 내가 용기를 내어 접근하자, 그들은 무
엇을 물으려 하느냐는 눈초리로 쳐다본다.
 여기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 또 한 발짝 그들에게
가까이 간다. 어느 틈에 그들은 네 사람으로 늘어났다.
안경을 쓴 낯익은 얼굴도 그 가운데 있지 않은가.
 나는 나에게로 바짝 다가선 셈이다.

 /김광규/처음 만나던 때/바다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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