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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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지네 by 편린


연화사에 혼자 사는 연꽃 같은 비구니 스님
배고프지 않으려고 스님 되었다는데
복사꽃 흩날리는 어는 봄밤
굵은 오동나무 끌어안고 울었다는데
'엄마, 나 시집보내줘'라며
꺼이꺼이 울었다는데
그 말 듣고 나는 복사꽃만 찾았는데
복사꽃은 보이지 않고
스님처럼 절 뒷마당에 널어놓은 속옷들만 보였다
해 질 무렵 그 속옷들 걷어
방 한구석에 밀쳐놓았는데
그 속에서 시커먼 무엇이 튀어나와
검은 불꽃 춤추듯 벽을 기어 다녔는데
그것 보고 나는 비명 질렀는데
스님은 무심히 에프킬러 뿌렸다
기절한 지네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무심히 마당 밖으로 돌려보냈다

스님 몸속 기어 다녔던 그 무엇을 돌려보내듯

 /이경임/겨울숲으로몇발자국더/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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