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trompeur.egloos.com

방명록



프롤레타리아여 안녕_개인적 권력과 기능적 권력 by 편린


사회가 늙어간다는 사실, 그리고 유독 자본주의 사회가 늙어간다는 사실은 다음을 의미한다. 즉 권력의 지위와 그 권력을 행사하는 양식이 점점 사전에 결정된 양상을 띠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하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갖게 될 모든 지위가 이 지위에 필요한 자질과 함께,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비록 단호한 결정을 내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시도를 하더라도, 이미 그려놓은 길 바깥을 걸어가서는, 그러니까 기성제도 바깥에서는 아무도 성공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결코 지벼력을 행사할 수 없고, 개인적 권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배력은 제도적으로 이미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행사될 것이고, 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일을 자신들의 역할로 삼는 사람들도 주인이 아니라 지배받는 실행자가 될 것이다.

지배적 제도의 경화증은 권력의 관료화와 더불어 발생한다. 아마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위해 권력을 획득할 수 없다. 그는 단지 매우 작은 권력이 부여되어 있는 지위들 중의 한 지위에 오르기를 시도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간들이 더 이상 권력을 소유하지 않고, 권력의 지위들이 인간들을 소유한다. 더 이상 '자아'의 개성을 확장할 능력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자신들에 맞추어 그 지위들을 창조하지 않는다. 그 지위들이 지위를 점하는 인간들을 맞추어 가공해낸다. 이런 사회에는 더 이상 모험가, 정복자, 슘페터 유형의 기업인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런 사회에서 성공은 출세주의자들의 몫이다. 이이 그려놓은 길을 따라간 사람들, 인격.언어.태도를 형성시켜주고 미래의 지위에 알맞은 지식을 심어주는 학교들을 졸업한 사람들의 몫이다. /p86-87

...(중략) 지배기구가 거의 절대적으로 견고한 것으로 남아 있을 때, 누가 권력의 지위를 점할 것인가는 정치적으로는 거의 의미없는 문제다. 왜냐하면 권력의 성격과 지배양식, 시민사회와 정치권 간의 관계, 정치권과 국각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그 지배기구이기 때문이다. 개혁주의는 지배기구를 필수적으로 장악하고, 이어서 그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일에 지속적인 환상을 품고 있다. 나는 개혁주의가 과거에 개혁을 이룬 사실들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권력의 성격도 지배양식도 시민사회와 국가 간의 관계도 변화시키지 않았다. 반대로 그 개혁들은 권력기구, 대중에 대한 지배, 대중의 무기력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데 이바지 했다.

프롤레타리아는 구성적으로 권력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비록 프롤레타리아의 대표자들이 '자본'에 의해 설치되어 있던 지배기구를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 자본의 지배와 유사한 것을 재생산할 것이고, 이어서 그들 스스로가 기능적 부르주아지가 될 것이다. 지배기구 내에서는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이 점하는 자리를 차지하며 그 계급을 축출할 수 없다. 그러한 시도를 하는 계급은 권력을 이양받은 것이 아니라, 권력의 지위들을 이어받을 따름이다. 

권력을 지니는 것과 관련한 사상은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 권력을 지닐 수 있는 사람은 현실에서 이미 지배의 지위를 누리는 계급뿐이다. 권력을 탈취한다는 것은 곧 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게서 권력을 빼앗는다는 것인데, 이때 지위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 지배기구를 작동시키는 일을 더 이상 맡기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혁명들은 모든 지배형식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기능적 권력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이 혁명들은 일반적으로 실패했다. 대규모의 사회적 생산기구들이 존재하고, 사회적 생산의 토대가 되는 업무분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기능적 권력이 필연적으로 다시 생겨난다. 기능적 권력을 제거함으로써 지배관계를 제거하려는 것은 곧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떠맏는 것과 같다. 지배관계를 제거할 유일한 가능성은 곧 권력과 지배를 분리시키고 시민사회.정치권.국가 각각의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적 권력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전에 정해진 한정된 자리를 그 기능적 권력에 부여하는 데 있다. /p99-101

 /프롤레타리아여안녕/앙드레고르/이현웅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