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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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달빛 신호등 by 편린


이 도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큰 강
강 건너는 다리 앞 신호등 앞에서
꼬리를 깜빡이며 퇴근길 차들이 멈추어 서네
길보다 높이 있는 다리 상판 위로
곧장 하늘이 있고, 하늘 중턱에 신호등이 있고,
나는 다시 신호를 살피려고 눈을 돌리다
신호등 바로 옆에 둥근 달 하나 덩실
걸려 있음을보네, 저녁 어스름에
감빛 보름달 하나 켜져 있음을 보네
저 달은 나더러 어쩌라는 신호일까

저 불빛 지시에 따라 다들 충실하게 오가도
도시의 불빛 얼만에 삶을 내던지기도 하는데
달아, 저리 긴 강을 눈앞에 두고
이제 이 삶을 어쩌라는 것이냐
아직도 이리 아득하기만 한데

오라 하지도 가라 하지도 않고
머물라 하지도 솟아라 하지도 않고
어쩌라는 것이냐
입을 열어라 다물어라 하지도 않고
사랑하라 미워하라 하지도 않고
이제 어쩌라고 덩실 신호만 하는 건가

떠오르기만 하는 것이냐
떠올라라, 나더러 그만 놓고 덩실
떠올라라 하는 것이냐

 /백무산/초심/달빛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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