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루한 여행
그날 소금기 진하게 밴 구운 감자를 씹으며 생각했다.
비겁하다. 비겁하다. 난 언제나 싫은 일은 절반쯤만 하면서
살아왔구나. 그렇게 안심했었구나. 좋은 일의 절반이 날아
가 버린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구나.
비루한 삶의 한 방편.
기울어진 탑에서 종소리 들렸다. 닳을 만큼 닳아 버린
나무 계단을 밟고 탑을 오른다. 현기증과 무서움이 섞여
다리가 떨렸다. 절반쯤에서 포기하고 다시 내려온다. 목숨
을 걸고 싶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여행을 결국 계단이 삼
킨다.
절반의 타협. 끝내 탑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두렵다. 돋
보기 쓴 저 백인 할머니보다 나는 겁쟁이다. 그늘에 앉아
이 여행의 끝을 생각했다.
- 허연 /나쁜소년이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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