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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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에콜로지카 by 편린


정보화와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은 더 이상 주요 생산력이 아니고 임금은 주요 생산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고정자본과 유동자본 사이의 비율)은 빠르게 증가했어요, 자본은 지배적 생산요소가 되었습니다. 보수, 재생산, 물리적 고정자본의 지속적 기술 갱신은 노동비용보다 더 높은 재정적 수단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노동비용은 전체 비용의 1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기업이 생산한 '가치'를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분배할 때 자본에 점점 더 유리하게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략..) 자본의 으뜸가는 관심은 생산과정에서의 자신의 주도권을 내세워 자신의 법을 강제하는 것입니다. (중략..)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는 사회가 스스로에게 부과했던 사회적 법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시장의 법에 의해 폐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더구나 그것은 바로 세계화 추진의 배경이기도 했던 암묵적 목표였습니다. (중략..)

사실, 세계화는 실업과 노동조건의 악화, 둘 다를 몰고 왔습니다. 북미의 100대 기업을 살펴보면, 풀타임으로 100퍼센트 수당을 받는 안정적 고용은 전 직원의 10퍼센트만이 누리는 특권이 되었습니다. 불연속적이고, 파트타임이고, 노동시간이 '가변적'인 불안정한 노동이 일반적 법칙이 되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임금사회'는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그 사회에서 고용은 여러 가지 기능을 맡고 있었어요.(중략..) 고용은 원칙적으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했습니다. '노동권'은 정치권, 공민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헌정에 명시되었습니다. 따라서 붕괴하는 질서 대신 다른 사회, 다른 전망이 들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복지국가의 붕괴와 함께 나타난 고용 불안과 고용 '유연화'로 인해 해체되는 것은 바로 사회 전체인 것입니다.

반면, 자본의 대표들은 잔인하게 위선을 떨어대며 이 고용이라는 시스템이 갖는 장점들을 계속적으로 떠벌리며, 노동자들에게는 인건비가 너무 높다고 비난하고, 실업자 들에게는 게으르고 무능하며 실업에 대한 책임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고 비난하며, 대량으로 일자리를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고용주는 '실업을 극복하기 위해서 좀 더 일해야' 하고, 조금 덜 벌어야 하고, 은퇴시기를 좀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당, 그리고 연간 노동시간을 늘릴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기업들은 50세 혹은 그 이상의 연령에 해당하는 나이든 임금노동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직원들 평균연령대를 낮추려고' 합니다.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실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동의 덕목과 윤리에 대한 찬양은 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떠오릅니다. 즉, 노동자들이 얼마 되지 않는 일자리를 놓고 서러 다투고, 조건이 어떠하든지 간에 일자리를 받아들이고, 그 일 자리들을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하게 부추기고, 노동자와 실업자가 다른 방식으로 노동과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를 나누고자 요구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도처에서 노동기간을 연장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부자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세금을 낮춰주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실업수당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다른 북반구 선진국들에 비하여 월등한 경제성장을 이루게 한 북미 신자유주의의 덕목들을 들먹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기반을 둔 북미의 경제성장을 볼 때, 지불된 임금 총액의 감소, 시민 대다수의 빈곤화, 가장 부유한 자들의 대규모 치부등이 성장의 걸림돌은 아니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천만에,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중략..) 미국의 경제 또한 여타 북반구 국가들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구매능력이 있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서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부채를 지게 함으로써, 다시 말해서, 실질적으로 화폐를 만들어냄으로써, 유일하게 지불능력 문제를 한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중략..) 중앙은행은 가구마다 거래 은행에게서 빚을 내어 앞으로 벌기를 바라는 만큼 소비를 부치기고 있습니다. 바로 '중산계급' 가정의 부채증가가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고 지금도 그러하지요. (중략..)

자신이 해외에 판매하는 것보다 5천억을 더 구매함으로써 미국은 전 세계에 유동자산이 넘처흐르게 만들었지요. 실제로 모든 국가가, 미국인들이 자신들에게서 사가는 것보다도 더 많이 미국인들에게 팔기 위해서 열을 내어 경쟁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서 노동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경쟁했습니다. 미국에게 부채 판상을 요구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채권자들은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국고채권을 사고 월스트리트에서 주식을 삼으로써 미국이 잃은 만큼을 미국에 되돌려 보냈지요.

어쨌든 이 놀라운 상태는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세가 계속 오르고,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화되지 않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시세가 계속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달러약세가 시작되면, 달러채권의 허구적 성격이 뚜렷해질 것이고 세계 금융시스템은 카드로 쌓은 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나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가 되는 겁니다.

 - 에콜로지카 [앙드레 고르] -- <가치 없는 부, 부 없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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